[이이남 작가 강연 순차통역 수행기]
2025년 여름의 끝자락, 한 공간에 모인 사람들.
폭우가 잦던 여름날, 광주 양림동의 조용한 골목에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곳은 카페이자 도서관, 그리고 전시장으로 쓰이는 복합 공간인 이이남 작가의 스튜디오입니다. 서울대학교 학부대학 자유전공학부 주관으로 이이남 작가의 특별 강연이 진행되었고요.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에서 온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광주까지 내려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 다른 문화,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이이남의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하나의 질문 앞에 섰습니다. 통역 장비 없이 진행된 현장 순차통역은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진행되었습니다.

순차통역, 말보다 넓은 영역
순차통역은 단순한 언어 전달이 아닙니다. 말과 말 사이의 침묵을 읽고, 청중의 표정을 살피며, 강연자의 손짓과 호흡까지 함께 따라가야 합니다. 현장은 늘 예측 불가하지만, 통역사는 그 안에서 즉각적으로 구조와 흐름을 만들어 갑니다. 그만큼 통역사의 연륜과 경험이 중요할 것입니다. 해당 강연은 정해진 원고 없이, 사진과 영상, 오브제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전개되었고, 통역은 현장의 목소리를 예술적으로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작품이 아니라 삶을 이야기하다
서두는 작가의 작품 이야기로 펼쳐졌습니다. 최근작에서 초기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작가는 자신의 시간을 되짚었습니다. 인천, 벨기에, 뉴욕, 샌프란시스코, 중국. 작품이 머물렀던 도시들이 하나씩 불리며, 그 안에 담긴 기억과 선택의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작품 설명이라기보다 삶의 기록이었다 할 수 있겠습니다. 통역은 이야기의 온도를 유지하는 데 집중되었고요. 차갑게 정리하지도, 과하게 감정을 실어 왜곡하지도 않으면서 그 중간의 결을 살렸다고 평가합니다.

버려진 것들이 다시 태어나는 순간
청중의 시선이 가장 깊어졌던 순간은 작가의 창작 방식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이남 작가는 새로운 것보다 버려진 것에서 더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습니다. 폐기된 골동품,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사물들. 그 평범하고 낡은 것들이 작품의 재료가 된다는 고백이 이어졌습니다.
“특별해서 쓰는 게 아니라, 흔해서 쓰는 겁니다.”
그 한마디가 강연장을 잠시 멈추게 했습니다. 예술은 위대해서가 아니라 일상에서 태어난다는 메시지가 조용히 퍼져 나갔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일상으로 자신만의 예술을 항상 펼쳐나가고 있겠지요.
백남준에서 비롯된 사유의 흐름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백남준으로 이어졌습니다. 폐기된 기계와 전자제품, 골동품을 작품에 사용하며 기계의 낡음에서 시간의 흔적을 읽어냈던 예술가. 이이남 작가는 그 사유의 흐름 위에 서 있었습니다. 두 예술가 사이의 연결고리는 단순한 영향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처럼 느껴졌고, 통역 간 이러한 맥락을 어떻게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까 고민했습니다.

AI 앞에서 예술가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강연의 마지막에 작가는 AI 시대 예술가의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AI를 사용하는 것과 AI에 맡기는 것은 다르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지배당해서는 안 된다는 말에는 경계와 책임이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이 아닌 태도의 문제는 앞으로 우리의 삶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대본 없는 무대, 살아 숨쉬는 통역
순차통역은 어쩌면 완벽한 단어와 문장의 매칭이 아니라 화자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이어가는 데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역이 눈에 띄지 않을 때, 오히려 가장 잘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솔로몬 통역번역은 말을 옮기는 데 그치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을 연결합니다. 기업 강연, 국제 세미나, 예술·문화 행사, 공공기관 포럼, 해외 미팅까지 장소와 주제가 무엇이든 그사이에 서서 길을 만듭니다. 그래서 언어는 다리이고, 사람들은 그 위를 편하게 걸어가는 것. 이것이 솔로몬 통역번역이 꿈꾸는 미래입니다.
감사합니다.
솔로몬 통역번역
